[판결] 상간했죠? 상대 배우자에게 위자료 2000만 원 주세요 (법률신문)
안녕하세요. 박승배 변호사입니다.
최근 세기의 재판이라 불리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 20억이 선고되면서 많은 관심과 이목을 받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큰 사건이다보니 세간의 일반적인 간통으로 인한 위자료 소송(소위 상간자 소송)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요즘에는 혼인 비율도 갈수록 줄어가고 있고, 또 결혼을 했어도 여러 가지 이유들로 단기간에 혼인이 파탄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허다한데요.
그 중 가장 주된 이혼 사유는 아무래도 ‘부정행위’일 것입니다. 혼인 당사자는 서로를 일생의 반려로 맞아 믿음을 가지고 가족 공동체를 구성하게 되는데, 부정행위는 사회의 기초를 이루는 근본적인 약속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불법행위인 것입니다.
특히 지난 2015년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죄 위헌 결정을 내리게 되면서 민사적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즉 위자료(상간자) 소송으로 피해 구제를 구하는 경향이 더욱 커졌고 청구 액수나 법원의 인용 액수 또한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간통죄가 폐지되었다고 해서 모든 사건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다액의 위자료가 선고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 재판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 기타 제반 사정에 의해 인용 액수는 많이 다를 수 있는데요.
우선 특별히 다액의 위자료가 선고된 사례입니다.
이번에는 비교적 적은 위자료가 선고된 사례입니다.
사실 위 하급심 판결례만 보았을 때 어느 경우에 특별히 많은 위자료가 선고되고, 또 어떤 경우에 비교적 적은 위자료가 선고될 수 있는지 구분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재판부마다 공통적인 위자료 증액 기준으로 삼는 사유를 보자면, ① 부정행위의 횟수가 다수이고 기간이 장기간인지, ② 부정행위 발각 후 재차 부정행위를 하였는지, ③ 부정행위 발각 당시 상간자의 태도에 개전의 정이 없었는지, ④ 부정행위 이후 당사자의 사망, 이혼 등의 사유로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는지, ⑤ 상간자와 배우자 모두를 상대로 소송을 하였는지 아니면 상간자만 상대로 소송을 하였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 심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위자료 소송에서의 판례의 경향을 알지 못한다면 실제로 부정행위가 특별히 다회이거나 장기간이지도 않고, 심지어는 부정행위가 없었던 경우에조차 상대방의 주장에 따라서 지나치게 큰 금액이 인용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실례’로 한 의뢰인께서는 직장 내에서 결혼을 한 다른 이성 동료와 친해지게 되면서 단순한 동료 이상의 대화를 주고받는 등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였는데요. 상대방 이성 동료의 배우자가 이를 우연히 발견하고 수집한 증거자료들을 가지고 위자료 3천만원을 구하는 상간자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위 사안에서는 이미 의뢰인이 위 이성 동료와 이전에 만난 적이 있었고 이로 인해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다시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위자료 액수를 감액하기 어려워 보였는데요.
이에 ① 부적절한 대화 내용이 있기는 하였으나 부정행위의 횟수와 기간을 특정할만한 명시적인 증거가 발견되지는 아니하였다는 점, ②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종용을 받아 작성한 각서 내용에조차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명시적으로 인정한 내용은 없었던 점, ③ 상대방이 기혼임에 반하여 의뢰인은 미혼이었고 상대방의 적극적인 애정 표현으로 만남을 지속하게 된 점, ④ 이 사건으로 인하여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지는 않았고 상대방 배우자가 오직 의뢰인을 상대로만 상간자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점 등을 주장하여 위자료 책임이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위자료 액수는 1,200만원 정도로 제한되었습니다. 상대방의 3천만원이라는 다액의 위자료 청구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매우 일부만이 인정된 것이었습니다. 이미 같은 일로 주의를 받고 난 뒤에 다시 잘못된 만남을 이어갔음에도 이례적으로 책임이 제한된 것이었습니다.
간통죄는 폐지되었다고 하나 혼인 서약을 하고 일평생 반려로 생애를 같이 하기로 약속을 하였음에도 신뢰를 깨고 부정행위를 하는 것은 전혀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된 행동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저지른 불법의 정도보다 훨씬 큰 비난을 받거나 법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것도 절대 옳은 일은 아닙니다. 일순간의 실수로 필요 이상의 고통을 지고 힘든 일을 겪고 계시다면 전문가와 상의하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