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친족 간 재산범죄 형 면제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법률신문)
안녕하세요. 박승배 변호사입니다.
최근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발의가 이루어져 헌법재판소의 역할, 재판관 임명 문제에 대해 뉴스와 신문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요. 사실 헌법재판소의 주요 역할은 탄핵 심판보다는 ‘헌법소원, 위헌법률심판’입니다. 국민이 자신의 헌법상 기본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되었거나 법률에 의해 간접적으로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권리 구제를 신청하면 이에 대해 판단을 해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근본적인 역할이지요.
오늘은 헌법재판소 위헌(정확하게는 헌법불합치) 결정례를 하나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결정인데요.
지난 2024. 6. 27. 헌법재판소에서는 친족 간 사기, 절도 등 재산범죄에 대한 처벌 면제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위 규정의 효력은 즉시 중지되었고 국회에서는 2025. 12. 31.까지 형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법률로서의 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심판 대상 조항은 형법 328조 1항 아래 조항이었습니다.
쟁점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권리행사방해죄는 그 형을 면제하도록 한 형법 제328조 제1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일정한 친족 관계가 있기만 한다면 필요적으로 형을 면제하도록 한 것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였는데요. 심판 당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의 동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은 재산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 다양한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였으나 헌법재판소에서는 위 기본권들의 침해 여부에 대한 심판은 형사피해자가 법원에 대해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사법절차적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주장과 다르지 아니하므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의 침해 여부만을 판단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친족상도례의 규정 취지는,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고려와 함께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으려는 데에 있다”고 하여 제도의 취지는 일견 수긍하였습니다(헌재 2012. 3. 29. 2010헌바89 참조).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재산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일정한 친족관계를 요건으로 하여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산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일정한 친족관계가 존재하기만 하면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실제 어떠한 유대 관계가 존재하는지 묻지 않고,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의사 유무나 범죄행위의 태양, 피해의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법관으로 하여금 필요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판결을 선고하도록 한 것이다.”라고 하여 현대와 같이 핵가족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반드시 직계혈족이라고 해서 언제나 정서적 유대·애착관계가 지속되고 있다고 볼 것도 아니고 배우자의 경우도 혼인의 실질이나 동거 여부를 묻지 않고 있다는 점, 동거가족·친족의 경우 민법상 친족 개념에 따르고 ‘동거’라는 조건에 의하여 제한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친족관계로 인한 법률상 효력이 미치는 친족이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인 점을 고려하면 그 범위가 넓어 관계의 특성을 일반화하기 대단히 어렵다.’라고 하여 일정한 친족 관계가 존재하거나 일정 친족 관계에서 동거하고만 있다면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도록 한 것이 형사피해자의 법원에 대한 적절한 형벌권 행사 요구라는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기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헌법재판소의 법률에 대한 위헌 심판은 네 가지 기준을 가지고 위헌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요. 입법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입니다.
그런데 사실 위 4가지 기준에 대해 세세하게 살펴보고 이해하는 것에는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요. 쉽게 생각하면 어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는 1) 그 법률에 대한 국민들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효용성이 더 커서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법적 안정성), 아니면 그로 인해 2) 구체적인 사례에서 발생하는 국민들의 불편, 즉 기본권 침해 정도가 중해서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정도인지(구체적 타당성) 두 가지를 저울질해서 기우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고 보면 편합니다.
그렇다 해도 위와 같은 친족상도례 규정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많은 당사자들의 고통과 울분이 있었을 것이고 이 결정에서는 4개의 헌법소원 또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사건이 병합되어 한꺼번에 심리를 받게 되었습니다.
모두 일정한 친족관계에 있는 자들로부터 재산범죄 피해를 당하여 고소를 하였음에도 형법 328조 1항 친족상도례 규정으로 인하여 불기소처분을 받게 되어 이에 불복하여 국민 기본권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신청하게 된 것이지요.
다행히 사건 분쟁 당사자들과 대리인들의 고군분투 덕에 위와 같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고 어떤 방향으로든 앞으로는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소조차 할 수 없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입법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