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소송이라고 하면 반드시 법원에 출석해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판결을 받는 것만을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사 소송 중에는 반드시 법원에 출석하여 변론하지 않더라도 판결과 똑같은 효력을 가지는 문서가 있습니다. 지급명령, 이행권고결정, 강제집행 인낙문이 기재된 공정증서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종류의 문서들은 모두 간이 민사 소송 절차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① 지급명령은 금전, 그 밖에 대체물(代替物)이나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에 대하여 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지급명령을 할 수 있는 제도이고(민법 제462조), ② 이행권고결정은 소가 3천만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소액 사건으로 소가 제기된 경우 법원이 결정으로 소장 부본이나 제소조서 등본을 첨부하여 피고에게 청구취지대로 이행할 것을 권고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소액사건심판법 제5조의3). 양자 모두 상대방에게 송달 뒤 2주 이내 상대방이 이의하지 아니하면 확정되어 판결과 같은 효과를 가지게 됩니다(집행력 발생).
한편 ③ 강제집행 인낙문이 기재된 공정증서는 공증인이 일정한 금액의 지급이나 대체물 또는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급여를 목적으로 하는 청구에 관하여 작성한 공정증서로서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승낙한 취지가 적혀 있는 것을 말하고(민사집행법 제56조 제4호), 채무자가 날인하는 즉시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게 됩니다(집행력 발생). 실무에서는 주로 약속어음 및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가 작성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정식 민사 소송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지급명령, 이행권고결정, 공정증서 등 간이한 절차로 신속하게 채권자의 권리를 만족할 수 있는 제도인 것입니다.
문제는 아무래도 채권자의 신속한 권리 만족에 초점을 둔 제도이다 보니, 반대로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가령 지급명령, 이행권고결정문 등을 채무자가 송달받았으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불변기간(2주) 이내 불복하지 못하였거나, 채권자의 강압에 의하여 강행법규에 위배되는 무리한 내용으로 마지못해 공정증서에 날인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죠.
다행히 우리 법에서는 이런 억울한 채무자들을 위한 구제책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바로 ‘청구이의 소송’이라는 제도입니다(민사집행법 제44조 제1항).
다만 청구이의 소송은 원칙적으로 판결 이후, 즉 ‘변론 종결 뒤’에 발생한 사유를 가지고 다퉈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대여금 승소 판결을 받은 이후 채무자가 변제하여 확정 판결의 집행력의 배제를 구하는 것이 전형적인 청구 이의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법에서는 언제나 원칙과 예외가 있듯, 청구이의 소송 또한 마찬가지로 앞서 말씀드린 ‘지급명령, 이행권고결정, 강제집행 인낙문이 기재된 공정증서’의 경우에는 판결 이전, 즉 ‘변론 종결 이전’의 사유라도 청구 이의할 수 있습니다(소액사건심판법 제5조의8 제3항, 민사집행법 제58조 제3항, 제59조 제3항).
이에 따라 채무자가 불의의 타격을 입는 것을 방지하고 본안 소송을 개시하여 충분히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