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피해자가 있는 범죄는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 필수인데요. 특히 사건이 재판으로 가게 되는 경우에는 피해자와 합의를 할수록 선처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지기에 이는 더욱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양형 요소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건이 피해자와 합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가 완강히 합의 의사를 거부하거나 합의 조건이 맞질 않는 경우, 심지어는 피해자의 인적 사항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다고 해서 반드시 중형을 선고받아야만 하는 것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요?
다행히 우리 법제에서는 공탁법 제5조의2(형사공탁의 특례)가 신설되어 2022. 12. 9.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동의가 없어도 공소장 상의 이름 정도만 알고 있으면 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공탁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물론 이러한 형사 공탁이 합의와 동일한 정도의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피고인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 합의를 위한 노력과 금원 출연, 잠정적인 피해 변제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안에 따라서는 중요한 양형 참작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형의 하한이 규정되어 있는 중대 범죄의 경우 양형에 유리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실제 사례 중에는 징역 2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이 규정되어 있는 범죄이기는 하나, 그로 인한 피해자들의 피해 금액이 크질 않아 피해자 입장에서 굳이 합의를 원하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안이 있었습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 ‘형사공탁’
이에 부득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을 소명하여 피해금에 대한 형사공탁을 허가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하였고,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피해 원금에 대하여 전부 형사 공탁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다행히 피고인은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었는데요. 만일 형사 공탁을 통해 피해가 잠정적으로라도 회복될 가능성조차 없었다면 실형이 선고될 확률이 높았던 사안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형사공탁 제도는 언제나 광범위하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우선 피해자에게 직접 피해 변제 및 합의를 위한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할 수밖에 없는 점을 공탁 과정에서 소명해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노력들이 피고인의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과 후회로 더 이상 재범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